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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과학

빵이 왜? 어떻게? 부풀어 오르는지 아시나요?

by EverydayScience101 2025. 3. 28.

 

 

 

서론: 따뜻하고 폭신한 빵 속 숨겨진 과학

따뜻한 오븐에서 막 구워 나온 빵은 보기만 해도 먹고 싶은 유혹을 자아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한 빵의 식감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죠. 그런데 여러분은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도대체 반죽이 어떻게 저렇게 부풀어 오를까?"

이 부풀어 오르는 마법 뒤에는 놀라운 미생물인 ‘효모(Yeast)’가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빵이 부풀어 오르는 원리, 특히 효모의 역할과 발효 과정, 그리고 그 과학적 배경을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1. 빵의 기본 구성과 발효의 개념

밀가루, 물, 소금, 효모의 조합

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밀가루, 물, 소금, 효모, 이 네 가지가 대부분의 기본 빵 반죽을 구성하죠. 여기에 설탕, 우유, 버터 등이 들어가면 풍미가 더해집니다.

이 중에서도 빵을 부풀게 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만드는 핵심 재료는 바로 효모(yeast)입니다.

'발효'란 무엇인가?

발효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여 에너지와 부산물을 생성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제빵에서의 발효는 효모가 당을 먹고 이산화탄소(CO₂)에탄올을 만들어내는 작용을 의미합니다.
그 이산화탄소가 바로 반죽을 부풀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2. 효모란 무엇인가?

효모는 미생물이다

효모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단세포 미생물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곰팡이의 일종이며,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유익한 작용을 하는 유익균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제빵 효모: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지애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주된 효모는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지애(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종입니다. 이 효모는 당분을 빠르게 분해해 이산화탄소와 에탄올을 생산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제빵용 건조 효모, 생효모, 인스턴트 이스트 등의 형태로 시판되고 있습니다.


3. 효모의 작용: 이산화탄소와 에탄올 생성

효모가 설탕을 먹고 내뿜는 것들

효모는 반죽 속의 설탕(혹은 밀가루 내의 전분이 분해된 당분)을 먹고 다음과 같은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C₆H₁₂O₆ (포도당) → 2 CO₂ (이산화탄소) + 2 C₂H₅OH (에탄올) + 에너지

즉, 이산화탄소와 에탄올을 생성하며, 이것이 발효의 핵심입니다.

이산화탄소 방울이 만드는 공기주머니

이산화탄소는 반죽 안에서 작은 기포 형태로 생성되어 갇히게 되며, 점차 크기가 커지며 반죽을 밀어 올립니다. 이 기포가 바로 빵이 부풀어 오르며 생기는 공기층의 원인입니다.

에탄올은 대부분 굽는 과정에서 증발하지만, 일부는 빵의 향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4. 빵이 부푸는 이유: 글루텐과 기포 구조

글루텐의 역할

밀가루에 물을 섞고 반죽을 하면 밀 단백질인 글리아딘(gliadin)글루테닌(glutenin)이 만나 글루텐(gluten)이라는 탄력 있는 그물망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 글루텐은 마치 풍선처럼 이산화탄소 기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글루텐이 없다면 기포는 터져버려 반죽이 부풀 수 없게 됩니다.

기포를 감싸는 구조와 조직 형성

효모가 생성한 이산화탄소가 글루텐망에 포획되면서, 반죽은 점점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이때 만들어진 작은 기포들이 빵 속의 ‘벌집’ 구조로 남게 되고, 폭신하고 가벼운 식감이 완성되는 것이죠.


 

5. 발효의 단계와 시간

1차 발효 vs 2차 발효

제빵에서는 보통 두 번의 발효 과정을 거칩니다.

  • 1차 발효 (Bulk Fermentation)
    반죽을 만든 후 덩어리째로 발효시키는 과정입니다. 이 단계에서 효모는 당을 먹고 활발하게 이산화탄소를 생성합니다. 보통 1~2시간 정도 소요되며, 반죽의 크기가 2배 이상 커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2차 발효 (Proofing)
    성형한 반죽을 다시 일정 시간 발효시키는 과정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조직이 안정되고 기포 구조가 정교해지며, 부드럽고 균일한 식감을 형성합니다. 발효 시간은 빵 종류와 온도에 따라 30분~1시간 사이입니다.

발효 온도와 시간의 중요성

효모는 20~40℃ 사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발효 속도가 느려지고, 너무 높으면 효모가 죽어버려 발효가 중단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발효 시간이 너무 길면 반죽이 과발효되어 산미가 강해지거나 조직이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6. 다른 팽창제와 효모의 차이점

베이킹파우더 vs 효모

빵을 부풀게 만드는 재료는 효모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베이킹파우더, 베이킹소다입니다. 이들은 화학적 팽창제로, 산과 염기의 반응으로 이산화탄소를 즉시 생성합니다.

  • 효모: 살아 있는 미생물, 천천히 발효하면서 풍미와 조직을 만든다.
  • 베이킹파우더: 화학반응으로 빠르게 부풀어 오르지만, 풍미는 부족할 수 있다.

천천히 부푸는 빵 vs 빠르게 부푸는 빵

  • 효모를 이용한 빵은 시간이 걸리지만 복합적인 맛과 조직을 만들어냅니다. 식빵, 바게트, 사워도우가 대표적이죠.
  • 베이킹파우더를 이용한 베이킹은 시간이 짧고 간편합니다. 머핀, 팬케이크, 스콘 등에 주로 사용됩니다.

7. 발효 중 일어나는 맛의 변화

효모의 작용은 단순히 부풀리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맛과 향의 복합성을 만들어내는 핵심 주체이기도 하죠.

발효가 풍미에 미치는 영향

효모가 당을 분해하면서 단지 이산화탄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기산, 에스터, 알코올, 효소들을 생성합니다. 이들은 빵에 고소함, 새콤함, 은은한 향기를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 에스터는 과일향 같은 달콤한 향을,
  • 유기산은 발효빵 특유의 깊은 산미를,
  • 에탄올은 휘발되며 고소한 향미로 남습니다.

저온 장시간 발효의 비밀

많은 장인 제빵사들은 저온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반죽을 숙성시킵니다. 이렇게 하면 발효 속도는 느리지만, 풍미가 깊고 조직이 치밀하며 소화가 쉬운 빵이 만들어집니다.


8. 효모를 죽이는 실수들

효모는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취급에 주의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빵이 부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죽 온도가 너무 높을 때

효모는 온도에 민감합니다.
40℃를 넘기면 활동이 저하되고, 50℃ 이상이 되면 효모가 죽습니다. 특히 따뜻한 물이나 오븐 근처에서 반죽을 발효시키다 보면 무심코 높은 온도에 노출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소금과 설탕의 비율 문제

소금은 효모의 과도한 증식을 막아주는 역할도 있지만, 지나치면 효모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설탕도 효모가 먹기 좋은 에너지원이지만, 너무 많으면 삼투압 현상으로 효모가 탈수되어 비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발효를 위해서는 소금은 밀가루 양의 2%, 설탕은 10% 이내로 조절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9. 천연 발효종과 상업용 효모

사워도우(Sourdough)란?

사워도우(Sourdough)는 인위적으로 첨가한 효모 대신, 밀가루와 물을 며칠간 자연 발효시켜 공기 중의 효모와 유산균을 스스로 배양한 발효종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고대부터 이어져온 자연 발효 제빵법이며, 요즘 다시 인기입니다.

천연 발효의 장점과 특징

  • 풍부한 향미: 유산균과 효모가 함께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맛
  • 소화에 도움: 장내 유익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
  • 보존력 향상: 유기산의 생성으로 방부제 없이도 오래 유지

하지만 단점은 발효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관리가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그에 반해 상업용 건조 효모는 빠르고 안정적인 발효를 가능하게 합니다.


 

10. 건강에 미치는 영향

소화에 도움을 주는 발효

효모에 의한 발효 과정은 단순히 맛을 내는 것을 넘어서, 우리 몸의 소화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발효 중 일부 복합 탄수화물이 분해되면서 소화가 쉬운 상태로 변형되고, 빵을 먹은 후 속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발효 과정에서 피틴산(phytic acid)이 감소하여, 무기질 흡수율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는 특히 천연 발효빵이나 사워도우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글루텐 분해와 장 건강

발효 과정에서 글루텐의 일부가 분해되기 때문에, 소화가 더 용이해집니다. 물론 글루텐 불내증이나 셀리악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장 부담을 줄여주는 빵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천연 발효에서 생성되는 유기산과 유산균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 개선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11. 발효가 잘된 빵의 특징

풍성한 향기와 벌집 구조

발효가 제대로 이뤄진 빵은 굽기 전부터 고소한 발효 향이 진하게 퍼집니다.
구운 후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촘촘하면서도 일정한 공기층(벌집 구조)을 가지며,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합니다.

  • 냄새: 알코올, 산, 에스터 향이 풍부
  • 겉면: 고르게 부풀고 균열이 적절
  • 속살: 크고 일정한 기포 분포

무게감과 식감의 균형

발효가 부족하면 빵이 무겁고 단단해지고, 과발효가 되면 조직이 무너지고 구워도 부피가 줄어듭니다.
잘 발효된 반죽은 가벼운 탄성, 촉촉함, 씹을 때의 쫄깃함이 균형 있게 나타납니다.


12. 실패한 발효의 원인 분석

발효가 안 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

  • 반죽이 거의 부풀지 않음
  • 냄새가 거의 나지 않거나 이상한 냄새가 남
  • 속살이 밀도 높고 딱딱하거나 찐득한 느낌
  • 빵이 구워졌을 때 가운데가 주저앉음

해결 방법 팁

  • 효모의 유효기간 확인: 오래된 효모는 활성이 낮습니다.
  • 적절한 발효 온도 유지: 25~30℃에서 안정적
  • 소금/설탕 비율 조절: 삼투압 주의
  • 1차 발효 후 손가락 테스트: 눌렀을 때 자국이 천천히 복구되면 적당

13. 제빵사의 팁: 효모 잘 다루는 법

효모 활성화 방법

  •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는 따로 활성화 과정이 필요 없지만,
  • 액상 생효모프레시 이스트미지근한 물에 약간의 설탕을 넣어 미리 활성화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건강한 효모의 신호입니다.

반죽 전/후 유의사항

  • 반죽은 충분히 치대야 글루텐 형성이 잘됩니다.
  • 발효 후에는 가스를 너무 많이 빼지 않도록 가볍게 펀칭만 해주세요.
  • 냉장 숙성을 할 경우, 저온에서 천천히 발효되기 때문에 풍미와 조직이 더욱 좋아집니다.

결론: 작은 미생물이 만든 부드러운 기적

빵이 부풀어 오르는 과정은 단순한 요리법을 넘어선 정교한 미생물 과학의 세계입니다.
작은 효모 하나가 반죽 속에서 숨 쉬고, 먹고, 내뿜고, 만들어내는 변화는 우리가 매일 먹는 빵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해 줍니다.

효모의 역할을 이해하면, 제빵은 단순한 조리가 아닌 발효라는 생명 현상을 다루는 과학적 예술이 됩니다.
오늘 먹는 빵 속에 숨은 그 작은 생명의 힘을 떠올려 보세요. 그 부드러움 속에는 정확한 시간, 온도, 과학, 그리고 정성이 숨어 있습니다.